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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코로나 진단키트 공장 알바 후기 - (2)

by 도디누나 2021.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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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 공장에서 입는 가운과 실내화를 제공받은 것 까지는 쓴 거 같아요.

제공받은 후에 대기실에서 대기 탑니다. 대기실에는 정수기 한대가 있고 책상과 의자 여러 개가 있습니다.
종이 울리고 쉬는 시간인가봐요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화장실에 가고 물을 마시는데,,, 표정이 힘들어 보여요;; 헐 일이 엄청 고된가 보다 싶습니다. 걱정을 하면서 앉아있다 보면 "반장님"이라는 분께서 등장하십니다.

엄청 가녀리신 숏컷의 여자분이셨어요!
하지만 말투가 까랑까랑 하신게 카리스마가 느껴집니다. 반장님의 짧은 브리핑으로는 공장 내부에서 핸드폰 사용 시 바로 잘린다고 합니다. 근태 불량하면 잘리고. 무튼 주의사항을 이야기해주십니다. 근데 일하는 동안 한 번도 잘리신 분은 못 봤습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처음이라 약간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 강하게 말씀하시는 것도 있습니다. 왜냐면 공장은 기계가 돌아가는 곳이고 사고나면 기계를 멈춰야 하고 이는 회사에 엄청난 손실이니... 이해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공장에서 무얼 하느냐??!!
일단 휴게실에서 받아온 파란 가운 실내화로 환복 한 뒤 한편에 놓여있는 머리망을 씁니다!

이렇게 생긴 머리망을 쓰고 문을 열고 공장 내부로 들어가면 됩니다!
근데 이 모자 맨날맨날 바꿔 쓰는 것은 아닙니다.
한 4일 정도에 하나 바꾸는 것 같아요~
퇴근 전 파란 가운 주머니에 잘 넣어두세요~
공장 내부에 들어가면 여러 파트가 있어요!
제가 체험해본 일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날은 모든 게 처음이니 가장 쉬운 파트부터 하게 된답니다.
아 참 한쪽에 구비되어 있는 라텍스 장갑을 낍니다!
XS~XL까지 사이즈가 다양하니 맞는 거 끼세요.
여성분들 대부분은 S와 M을 낍니다. 저도 M.

일단 공장 내부를 처음 봐서 엄청 신기했습니다.
오~~ 엄청나게 큰 기계가 작은 물병 같은 거를 계속 찍어내고 있고 포장되고 있고 모두들 파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계셨어요.
아래 사진처럼 말이죠.
(참고로 공장 내부에서 핸드폰 사용하면 안 됩니다. 모두들 휴게실에 두고 간답니다. 사진은 인터넷 기사에서 퍼온 사진입니다!)

저는 처음에 "버퍼 파트" 로 갔답니다.
"버퍼" 는 인공눈물 크기의 플라스틱 병에 용액이 조금 들어있는 그런 거랍니다.
저도 정확히 뭔지는 잘 몰라요.
이 버퍼라는 것을 지퍼백에 버퍼 25개를 담아 무게 재는 사람에게 넘기는 것입니다.
사람 손으로 25개를 세어서 담다 보니 23개를 넣을 때도 있고 26개를 넣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무게를 재는 사람이 따로 있습니다.
무게를 재시는 분이 모자라면 더 넣고 넘치면 빼는 식이랍니다.
일이 쉬웠어요. 5살 꼬맹이도 할 수 있는 버퍼 25개 세어서 지퍼백에 넣기.
근데 웃긴 점이 있었습니다.
반장님들이나 관리자들이 관리 감독차 저희 파트로 오시면 25개를 일일이 세어서 넣으면 안 되고 대략적으로 한 2줌 정도 넣어서 얼른얼른 무게 재는 사람에게 넘겨야 했습니다.
그래야 느릿느릿하게 보이지 않으니깐 말이죠! 이모들이 수다떨면서 25개 세어 넣다가 갑자기 반장님들이 오면 두줌씩 막막 넣고 그러시더라고요ㅋㅋ
눈치가 꽤 빠른 편인 저는 25개 잘 세어서 넣다가 반장님이나 조장님 오면 2줌씩 빠릿빠릿하게 넣었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조장님이 와서 저포함 몇 명을 차출해갑니다.
다른 팀에 인원이 부족한 것이지요.
그래서 방을 이동해서 가보니 박스에 스티커 붙이는 작업을 하는 곳으로 가게 되었어요.
코로나 진단키트 박스 겉면에는 영어로 설명이 되어있는데. 이게 스페인으로 수출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위에다 스페인어 설명이 써져있는 스티커를 일일이 붙여줘야 했습니다.
박스라고 해서 큰 박스는 아니고 치약 상자 정도 되는 한 손에 들어오는 그런 크기의 박스입니다.
이것도 쉬운 일이었어요.
주의할 사항이 있다면 스티커지랑 상자의 크기가 거의 비슷해서 상자 밖으로 나가지 않게끔 붙이는 게 중요했습니다.
상자 밖으로 조금 삐져나가면 불량이라 폐기해야 해요.
그리고 기포가 생기게 붙이면 그것도 폐기.
하지만 저는 핸드폰 액정 필름 붙이기의 장인답게 척척 해냈답니다. ㅎ
시간은 잘도 흘러 점심시간이 되었어요.
공장 밥이 너무도 궁금했던 저는 너무너무 기대가 되었습니다.
밥이 맛있어야 일할 맛이 나는 건 국 룰이죠. 한국인은 밥심.
참고로 점심시간은 넉넉히 1시간인데 이 한 시간 동안에는 시급이 없습니다.
처음에 저는 굉장히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다른 아르바이트 할 때는 점심시간이 따로 있다거나 하지 않아서 그냥 아르바이트하는 시간 동안은 모두 시급 처리가 되었거든요. 하지만 내 피 같은 1시간 동안의 시급이 빠진다니... 아까웠어요.
그래도 배는 고프니 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합니다. 파란 가운을 벗어서 옷걸이에 걸어두고 실내화를 개인 슬리퍼로 바꿔 신고 또 개인 슬리퍼를 신고 온 운동화로 갈아 신고 식당으로 향하게 됩니다. 청결을 위해서 이렇게 하는데 일하는 사람으로서는 참 귀찮은 것..
점심 줄이 기네요. 한 200명 + α 의 인원이 밥을 먹어야 하니 길 수밖에 없습니다.
줄 사이사이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립니다. 여기 와서 친해진 사람도 있겠고 원래 친구끼리 온 사람들도 있고.
하지만 전 혼자입니다.. 원래 인생은 혼자이니 꿋꿋하게 줄을 서있었습니다 ㅎ
혼자 왔다고 해도 걱정 마세요. 대부분의 분들이 일하러 혼자 오신 분들입니다.
이 공장은 밥하는 곳과 밥하는 분들은 따로 없어서 배식 업체가 옵니다.
급식차 아시나요? 저 초등학교 때 식당 건설되기 전까지 급식차 썼었는데 그와 비슷하지만 조금 큰

이런 배식대에 음식이 담겨 있습니다.
사람들이 양 옆으로 지나가면서 음식을 푸는 구조입니다.
자율배식이고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습니다.
안 좋은 점은 급식받기 전에 손 씻는 곳이 없어요ㅠㅠ
그냥 더러운 손으로 먹어야 한다는 큰 단점이 있었습니다.
손이 왜 더럽냐면 식당으로 오기 전에 슬리퍼 벗어서 신발장에 놓고 신발 꺼내신느라 신발을 다 한 번씩들 만진 손이거든요ㅠㅠ
그 손 고대로 수저 집고 식판 만지고 그래요.
하,,, 코로나이고 위생상 더럽지만 배는 고프니 애써 왜 면하면서 음식을 퍼 봅니다.
이 공장 밥의 별점은 10점 만점에 7점 정도였습니다.
공장 이모들은 집에서 잘해 먹고 사시는지 여기 밥이 되게 맛없는 편이라고 하셨지만 전 감사한 맘으로 먹었습니다.ㅎ
잠깐 공장 밥 구경하시죠.


어떤가요??
전 엄청 맛있다 까진 아니었어요. 그래도 먹을만한 수준이었습니다ㅎ
식당 식탁은 모두 투명 칸막이가 되어있었습니다.
4 명마 다요.
솔직히 칸막이 의미 없었습니다. 4명은 마주 보고 수다 떨면서 먹는데 소용이 있을 리가...
그래서 전 무조건 혼자 먹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혼자 드시는 분들 굉장히 많았습니다.
걱정 마세요~~
밥을 다 먹으면 잔반 처리하고 정수기에서 물을 한잔 먹어줍니다.
장장 7시간 만에 첫물이에요!!
물 맛이 달았습니다.
다시 공장 건물로 들어와서 개인 슬리퍼로 갈아 신고 양치를 하러 화장실로 가보면 시장통 같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요... 항상 줄이 있습니다.
칫솔 치약을 밥 먹으러 갈 때 챙겨가는 것이 꿀팁이라면 꿀팁입니다.
양치를 후딱 하고 다시 휴게실로 돌아가서 점심시간이 끝나길 기다립니다.
여기서 또 한 번 점심시간에 시급 못 받는 것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밥은 고작 10분 정도면 다 먹는데 양치까지 하고 화장실 갔다 와도 무려 30분 이상이 남아있습니다. 돈 벌러 나와서 30분을 빈둥빈둥거려야 하는 게 좀 아까웠습니다ㅎㅎ
휴게실은 사실 이모님들의 전유물입니다.
휴게실에 큰 테이블이 있고 그 옆에 작은 테이블 2개가 있는데 작은 테이블은 반장님들과 조장님의 것이어서 절대 앉으면 안 되는 그런 암묵적인 룰이 있더군요.
그리고 큰 테이블도 의자가 한 8개 정도 있는데 이는 이모님들이 앉으셔야 하니 눈치껏 저 같은 20대나 젊은 친구들은 캐비닛 앞에 서있어야 합니다.
근데 한 3일 뒤쯤엔 이모님들과 친해져서 저도 많이 앉았습니다.
그리고 반장님과 조장님 없을 땐 거기도 좀 앉고 그랬어요~
융통성 있게 행동하면 됩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다시 일할 시간이 왔습니다.
열심히 박스에 스티커를 붙이는 일을 반복합니다.
출근해서 점심 먹기 전까지 10분의 쉬는 시간이 1번 있고 점심 먹고 저녁 먹을 때까지는 2번 있습니다.
스티커를 붙이다 보니 어느새 쉬는 시간이 왔습니다.
가운 벗고 모자 벗고 장갑 벗고 실내화 슬리퍼로 갈아 신고 화장실에 갔다 옵니다.
5분이 지났네요. 챙겨 온 물을 좀 마십니다. 목이 안 말라도 마시려고 노력했네요. 물은 소중하니깐요!
10분이 빠르게 지나고 다시 공장 내부로 들어갑니다.
또 열심히 스티커를 붙입니다ㅎㅎ
대략 일의 속도로 봤을 때 3초에 한 개 정도 붙이는 페이스입니다.
열심히 붙이고 있는데 반장님과 조장님이 돌아다니면서 오늘 잔업하냐고 물어본답니다.
돈 벌러 왔으니 당연한다고 합니다.
주 3회 이상 잔업이 필수입니다.
거의 빠지는 인원이 없이 잔업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잔업을 빠진다고 하면 왜 못하냐 좀 그런 눈치를 주긴 합니다. 근데 전 빠질 일이 없기 때문에 상관없었습니다.
일하다가 앞에 같이 스티커 붙이는 이모와 친해졌습니다ㅋㅋ
입사동기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그 이모 딸과 제 이름이 같아서!!! 친해졌습니다~
40대이셨는데 자녀분들이 20대인 젊은 엄마셨습니다.
공장에선 수다 떨기는 원칙적으론 금지인데 이모들은 수다를 다 떠십니다.
별의별 이야기를 다 하십니다ㅋㅋ 듣다 보면 진짜 개 웃긴 얘기도 많아요ㅋㅋ
50대이신데도 20대와 같은 노동강도로 열심히 일하고 계신 점이 참 대단해 보였습니다.
참고로 들어보니 공장일은 50대 중반이 마지노선인 것 같아요. 그 위의 연령의 분들은 안 뽑는다고 하더라고요ㅠㅠ
시간은 흘러 저녁이 되었습니다.

같이 스티커 붙이다가 친해진 이모와 같이 저녁을 먹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둘 다 강아지를 키운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래도 할 말은 많았어요!ㅎ
저녁시간은 점심시간보다 짧은 30분!
밥 먹고 양치하고 다시 공장일을 합니다.
잔업은 저녁 먹고나서부터 저녁 8시 30까지입니다.
월~목은 2.5시간 금은 2시간. 금요일은 퇴근이 8시입다.
잔업시간 중에 쉬는 시간 1번이 또 있습니다.
어느새 8시 30분입니다. 야호!!! 퇴근입니다!!!
사람들이 미친것처럼 다들 뛰어갑니다.
빛의 속도로 가운을 벗고 짐을 챙겨 뛰어갑니다. 왜인지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눈치껏 빠르게 따라 해 봅니다. 아 이유를 알았습니다. 바로 퇴근 지문을 한시라도 빨리 찍기 위해서였습니다.
근데 어느새 밤이 되어있어요. 공장내부에만 있느라 해가 지는 줄도 모릅니다...
공장 이모들이 하나같이 하시는 말씀이 골다공증이 있다네요. 햇빛을 못보셔서 다들 비타민 D 부족인 것 같았습니다.ㅠㅠ

퇴근 지문 찍는 사람들의 줄

진짜 줄이 개깁니다....
200명 넘는 인원이 일일이 퇴근을 찍어야 하니 말이죠

퇴근 지문 찍는 기계

어느새 제 차롑니다. 빨리 찍고 셔틀 타는 곳으로 뛰어가 봅니다.

퇴근 셔틀버스

아침과는 다르게 45인승 대형 관광버스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퇴근 셔틀버스 내부

버스 내부는 이렇습니다.
퇴근 다 찍고 버스를 타서 시계를 보니 9시가 다 되었네요.
공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 고시원을 한 달간 끊었습니다. 고시원엘 돌아오니 거의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샤워하고 폰 좀 보다가 잠들었더니 아침 알람이 울렸습니다. 정말 개인 시간은 단 1도 없음을 깨닫고는 또 출근을 하게 됩니다ㅋ

공장 알바를 앞으로 해보실 분들은 물 한병은 챙기시고 마스크 여분 챙기시고(꼭 KF94) 물티슈 챙기세요.
개인 위생에 철저히 해서 나쁠 것 없는 시기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 편에 계속...

 

코로나 진단키트 공장 알바 후기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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