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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온비드 입찰보증금 환불받은 후기

by 도디누나 2022.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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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우리 가족이 한창 집 지을 땅을 찾아 전국 팔도 방방 곡곡을 누비고 다니던 때였다.
그 당시엔 지금처럼 땅 값이 합리적(?)이지 않았다. 지금도 그런가?ㅎ
구멍가게 하나 없는 시골 오지의 땅도 문의해보면 평당 100은 넘게 불렀다.
그래서 찾은 방법은 경매나 공매로 땅 낙찰 받기.

법원 경매는 해당 지역 법원까지 가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그때는 코로나도 없을 때라 수도권을 벗어나 구수한 소들의 응아 냄새를 맡으며 신나는 음악을 듣고 드라이브하는 맛이 있어 법원 경매 가는 것도 은근히 재밌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전날 지방 물건 소재지까지 내려가서 물건 구경하고 밤에 대충 시골 허름한 모텔에서 1박 한 후 아침에 법원 가서 입찰지 작성하고 (금액 숫자 맞게 썼는지 여러 번 확인해야 해서 피로감 개쩜.) 보증금 준비해서 봉투에 넣고 한참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나보다 훨씬 높게 쓴 사람이 되는 허탈함;;
나는 한 번도 법원 경매에서 낙찰이 된 적이 없었다.
그래도 웃긴 게 내가 항상 경매장 최연소 입찰자였다.ㅎㅎ 집행관이 생년월일 보더니 미성년자는 안된다고 함.
BUT. 그 해에 나는 20세가 됐기 때문에 가능했었는데 집행관들이 자꾸 착각하심;;

제주도도 경매 때문에 2번이나 갔지만 남들 인스타에 올리듯이 좋은 호텔에서 럭셔리 여행을 하고 오는 것도 아니고 허름한 XX장 모텔 이런 곳에서만 잠. 경비 아끼고자. 그리고 전화로 소형견이라고 하면 대부분 강아지랑 같이 묵어도 좋다고 하심.
밥도 그저 그런 국밥만 먹고 오고. 회도 한팩에 만 원짜리 부시리. ㅠㅠ
확실히 제주도 경매는 외지인이 정말 많고 경쟁이 치열했다. 한 20번 이상 이 짓거리(?)를 하니 이젠 힘이 들어 집에서 쉽게 클릭만으로 부동산을 얻을 수 있는 온비드로 눈을 돌렸다.

온비드는 감정평가사가 감정을 해놓은 감정평가서도 쉽게 다운로드하여 볼 수 있어 물건 공부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하도 땅을 많이 보러 다녀서 그런지 카카오맵이랑 네이버지도 로드뷰만 봐도 대충 땅의 지형이나 생김새 각이 나왔다.
(그래도 입찰하기 전엔 현장조사가 필수인 것 아시죠?ㅎㅎ)

무튼 온비드도 경쟁은 치열했다. 일단 법원에 안 나가도 된다는 편리성 때문인지 입찰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온라인으로 보증금도 납부하는 것이라 싸이버 머니 쓰듯 쓰게 되는 단점이 있음. 그거 벌려면 얼마나 고생해야 하는데 말이지.
그래도 금액 쓰는 감이 생긴 건지 2등을 한적도 많았다.

문제가 된 사건은 바로 지금부터.
네모반듯한 토지이고 주변에 축사 없고 해당 토지에 묘 없고 나무도 별로 없고 앞에는 차량 통행 가능한 널찍한 도로가 있음. 도로뷰에서도 볼 수 있고 남향이고. 아주아주 맘에 들었음.
감정평가서 상으로도 도로 부분이 세로(가)로 되어있었다.
금액도 합리적으로 나온 것 같고.
게다가 면 단위가 아닌 시골의 센터 동 단위였다!!
이 물건은 미리 사전에 가보기도 했고 땅도 넓고(네모반듯한 정남향) 계획관리지역이라 집짓기 딱이라고 판단함.

입찰을 하기로 했다.
보증금을 완납했고.
결과는 낙찰이었다.

(주소와 입찰금액은 가립니다.)

이젠 진짜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인가...??!! 두근두근 하던 와중.
문제가 생겼다.
아니 원래 있던 문제였는데 발견되었다.
우리 땅에 접한 도로가 도로가 아닌 사유지였다.(누가 봐도 도로처럼 생겼다.)
등기 떼어보니 주변에 있는 골프장 땅이었다.

곧바로 골프장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집을 지으려는데 앞에 접한 (누가 봐도) 도로처럼 생긴 땅이 사장님네 토지인데 혹시 '토지사용승낙서'를 써주실 수 있느냐??
골프장 전화로 간단히 설명했고 따로 핸드폰 번호도 받아서 지면 간단한 약도도 첨부해서 정중히 요청드렸으나...

돌아온 대답은 NO.

거기엔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골프장 가까운 데에 집이 들어서면 골프공이 날아가서 인명피해를 입힐 수 있어 써드릴 수 없다고 답변하였다. 사람이 다치면 배상해야 하니. 오! 내가 골프장 사장님이었어도 정말 걱정이 되고 토지사용승낙서를 써줄 수가 없겠더라. 그래도 이 사장님은 땅 가지고 돈을 얼마 내라 이렇게 요구하는 분은 아니었다. 진짜 써드리고 싶은데 골프공이 아주 가아끔은 그 멀리까지 날아간다는 것이었다.

납득이 너무 되었기 때문에 골프장 사장님을 더 이상 괴롭힐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끊었다.
골프장 사장님도 안타까운 목소리셨다.
결과적으로 나는 집을 지을 땅을 구한 것이 아니라. 그냥 맹지를 구한 것이다.

지금 나는 보증금으로 납부한 약 N백만 원의 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사실 이거 날리는 사람들 되게 많다. 경매 결과 보면 미납이 바로 이것이다.
물건 조사를 충분히 하지 못해서 아님 변수가 생겨서 등등.
수 억 원을 날리는 사람도 본 적 있다.
왜냐하면 그것이 더 나은 선택이기 때문.

대가리를 굴렸다.
감정평가서 상에 있는 세로(가) 이 문구.
논란의 소지가 있다. 아주 있다.

세로(가) - 자동차 통행이 가능한 폭 8m 미만의 도로에 한 면이 접하고 있는 토지
를 뜻한다. 땅을 조금이라도 공부해 본 사람은 알 텐데 도로에 접하느냐 남의 땅에 접하느냐는 맹지 여부이기 때문에 지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심지어 세로(가) 아닌 토지를 그렇다고 감정평가해놓았다? 그럼 저 토지의 감정평가는 잘못된 것이다. 그렇게 중차대한 요인을 감정평가사가 토지 감정평가 수수료를 받고 저렇게 써놓은 것이다.
바로 자산관리공사 XX지역 본부 해당 토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과장급의 여자분이었다.

나: 님들이 고용한 감평사가 감정평가서에 맹지를 세로(가)라고 표기해놓음. 보증금 환불해주삼.
(실제로는 이러이러해서 저러저러해서 엄청 길게 설명한 뒤 보증금 환불요청)
담당자: 안됨.

대번에 그러더라 절대 안 된다고. 공기업이 얼마나 폐쇄적이고 빡빡하고 닫혀있는지 알고 있음.
자꾸 너네 잘못이라 그러더라.
너네가 잘 알아보고 했었어야지. 이제 와서 환불해달라는 것이 말이 되냐? 시전함.

나는 그럼 이거 법적으로 다퉈야겠네요. 그 감정평가사가 잘못 감정평가한 것이고 나는 피해자다. 맹지를 세로(가)로 써놨으면 사기 아니냐. 개인과 개인이 땅을 사고팔아도 저런 사안은 중요한데 님들은 공기업이 땅장사하면서 그러면 되겠느냐. 이러쿵저러쿵 나도 세게 나감.

통화가 길어지니 지쳤나 봄. 알아보고 연락 주겠다네?
기다리고 있으니 이번엔 다른 번호로 연락이 오는데 감정평가사임.

감평사: 안녕하세요. XX토지 감평사입니다. 문제가 있으시다고요?
나: 그 땅은 세로(가) 아닌 맹지이다.
감평사: ㅇㅇ알아보니 그렇더라... 다시 연락 주겠다.

그리고 내부에선 이렇다 저렇다 어쩌고저쩌고 대책회의를 했나 봄.
며칠 뒤에 캠코 담당자가 연락 옴.
환불해드리겠습니다.

너무 기뻤다. 속으로 축배를 올렸다.
그렇게 날릴 수도 있었던 내 소중한 보증금은 입금되었다.
근데 흥미로운점은 원래 보증금액보다 2,460원을 더 줌. 아마 이자인가??



이 사건이 있고 난 후 그 물건 감정평가서는 수정이 되었다.
현황 도로로 사용 중인 타인 소유의 토지가 접한 맹지라고.

궁금해서 계속 관찰 중이었는데 2번의 유찰을 거친 후 낙찰되었다.


이로써 온비드에서 보증금 환불받은 후기 끝.

첫째로 중요한 것은 모든 세세한 사항까지 더블 체크 후 경매에 임하는 것이고
미처 보지 못한 상황이 있더라도 끝까지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조금이라도 싸게 땅을 사고자 경매 하는 것인데 보증금 날리면 너무 아깝잖아요ㅠㅠ
주변에 다양한 사유로 보증금 환불받으신 분들 꽤 많이 보았습니다.
비슷한 상황을 겪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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